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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추천 플레이리스트 리뷰
사건의 발단은 오늘도 노래 찾으러 유튜브 켰다가 쇼츠에 빠져서 30분을 탕진하고 만 다정에게서 시작됩니다. 뭐 이런 일이 사실 처음은 아니기도 하지만요. 제가 일할 때 노래를 듣는 이유는 딱 하나.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고 있다가, 이 노래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집중 고도화에 빠져드는 감각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무슨 노래를 들을까 하고 고르다 보면 김밥천국의 거대한 메뉴판 앞에서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다 쇼츠라던가 유튜브에 재밌는 게 올라와있으면 그대로 눌러앉아버리죠. 저 같은 도파민 취약자에게 근무 중 유튜브는 매우 치명적인 유혹이에요. 각설하고, 유명한 잡식성이기도 한 저는 다른 사람에게 노래 추천을 받는 걸 좋아해요.3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의 날씨, 6월의..
2025.06.30 -
올해의 절반을 정리하면서
가끔 내가 가장 싫어했던 사람처럼 구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면 여지없이 스스로를 환멸하고 말아. 너무 쉽게 나를 매도하고, 비난하게 돼요. 나는 그때, 관계를 독식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끔찍하게 싫었어요.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데, 변해버린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들을 비웃었죠.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보건대, 사실 그런 마음 또한 나의 우월감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특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특별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나도 특별하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나 봐. 그것 또한 나의 오만함인데, 그때는 몰랐어. 그저 가련한 타산지석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나는 속으로 '이겼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시간이 지나서, 이제 와서 늦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다고 하면 그들도 나를 비웃을까..
2025.06.27 -
눈이 녹으면, 봄이 된대요
사람이 너무 어렵고, 인간관계에 환멸이 느껴질 때면 《후르츠 바스켓》이 보고 싶어진다. 상처 받은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보면서 위로를 받게 된다. 10년도 더 전에 읽었던 만화책은 여전히 내가 나다워지지 못할 때, 부정적인 감정으로 점철된 하루를 보낼 때 나를 위로한다. 그래도 괜찮아,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순 없겠지만 조금씩 나아질 수는 있을 거야.https://youtu.be/ppRnOJAekiE?si=kD59EDL_ea6u-Xdk얼마 전에는 디스코드 프로필 장식을 새로 샀어요. 나이가 드니까 보라색, 분홍색, 이런 것들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어요. 방을 꾸미면서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또 사고 싶은 욕망을 참기 어려웠죠. 전혀 핑크하지 못한 성격이라, 뭐라도 좀 귀엽게 ..
2025.06.24 -
월요일이 가까울수록 날씨는 맑다
어느덧 이 동네에서도 마지막 주말 밤이다. 이제야 길을 좀 외워서, 중간에 네이버 지도를 켜지 않고도 집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는데. 방을 채워넣을 가구를 하나씩 결제하면서 통장도 아파지는 중... 하지만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던 거니까. 방 열심히 꾸몄는데, 부디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할 불상사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건 내가 하기에 달렸겠지. 열심히 지내자. 내가 아침 8시에 출근하는 사람들과 같이 대중교통을 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니까.그냥 좀 싱숭생숭. 빨리 6월이 지나갔으면 좋겠구나.
2025.06.22 -
그건 그저, 잠시 혹했을 뿐이었나
그냥 종일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 걸 원하면, 차라리 TV를 잔뜩 보지 그랬니. 그랬으면 최소한 타인에게 상처 주지는 않았을 텐데. 그냥 나는 즐거운 일들이 내내 가득하길 바랐어. 그게 나를 더 사막으로 만드는 줄도 모르고, 내내 소금물을 마시며 갈증이 해소되길 바라고 있었단다.
2025.06.18 -
보통의 금요일
화요일 늦은 오후, 이번 주까지 원고 마감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마지막 문서의 마침표를 찍을 때쯤 되니 벌써 금요일 다섯 시 반이었다. 밖으로 나와서, 오늘 원고 검토를 하실 건지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안 하실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요. 내적 댄스를 감추고 차분한 목소리로 월요일에 뵙겠다는 인사를 남긴 후 통화는 종료되었다.그리고 동시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오전에만 비 온다더니, 순 거짓말이지. 소나기일 게 뻔해서 우산을 사긴 싫은데, 빗줄기가 제법 굵어서 맞고 가기에도 애매한 계절이었다. 결국 금요일 여섯 시가 되었지만 입맛을 다시며 다시 카페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어차피 미루고 미뤄도 내가 할 일이면 군말 말고 빨리 하는 게 낫지.오늘은 엄마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