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예술가 호소인의 자세

2024. 7. 12. 17:37𝑫𝑨𝑰𝑳𝒀

코로나19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해서, 100% 원격 근무 회사로 이직한 후 어느덧 3년차. 관리자의 사각지대가 있는 나만의 작업실에서 인공지능의 발견은, 꼼수의 왕인 내게만 주어진 꿀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와서 내 목을 죄일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GPT 같은 거 쓸 줄 모른다고 했어야 했다.

어디까지 가봤나

시작은 GPT를 가지고 키워드를 찾는 것이었다. 당시 데이터 라벨링 관련한 기업의 Owned media를 진행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난생 처음 보는 전문 용어의 폭풍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지. 그래서 그냥 자주 나오는 키워드를 전부 다 검색해서 쉽게 정의해 달라고 하고, 이를 콘텐츠에 반영했다. 혹은 개인적으로 해당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사용했음.

물론 당시 GPT는 환각 증상(Hallucination)이 좀 심한 정도였기 때문에 Human in the loop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도 작업 시간을 30%부터 많게는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도구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다양한 LLM(Large Language Model)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어 특화 모델인 뤼튼이나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검색과 전문성에 특화된 Bard(현 Gemini), 한국어는 좀 미숙하지만 작문이 가능한 GPT3 등 다양한 모델이 개발하는 과정을 보면서 참 즐거웠었지...

최근에는 Claude와 perplexity 열심히 쓰는 중.

그리고 이때부터 Image Generator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단 처음은 애니메이션풍의 그림을 학습해서 이미지 생성이 가능했던 Novel AI부터 Stable Diffusion까지 몇 가지 툴을 사용해 보았다. Stable Diffusion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지만 뭐 그래도 그림을 만들어 봤다는 거에 의의를 둬야 하려나... 이 분야에서 제일 흥한 건 Midjourney인데 이걸 완전 초반 때 파일럿으로 한 번 써보고 그뒤로 못 써본 게 너무 아쉬움. 현재는 Dall·E를 사용하는 중. 제일 좋아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GPT랑 연결되어 있어서 무난함.

무튼 이걸로 썸네일 몇 번 딸깍하고 결과 좀 보여주고 하니까 괜히 대표님 마음이 싱숭생숭해지신 거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대부분 내 취미의 영역에서 사용한 거라 실제로 적용하지도 못했다. 예를 들어 나는 로판 표지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학습시켜서 이걸 연결한 형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자고 했으나 결국 시간관계상 하지도 못했고. 요즘 이런 영상 많이 나오던데 진짜 좋은 아이디어는 결국 회사원으로 시작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이럴 거면 저를 왜 고용하셨어요

어쨌든 요즘 회사의 주문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너의 글을 학습시키고, 이 모델을 기반으로 네가 쓴 것과 유사한 콘텐츠를 생성할 것
  • 콘텐츠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 네가 검수해서 좋은 글로 발전시켜야 한다
  • 이 과정을 자동화하거나 단순 반복 작업으로 진행하면 하루에도 20~30건의 콘텐츠를 작성할 수 있을 것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단순 반복 작업을 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저는 제 생각과 지식을 담아서 글을 쓰고 싶은 거지, 인공지능에게 100% 기대서 글 쓰려고 이 직군 다니는 게 아닌데. 왜 자꾸 회사는 내게 AI 조무사가 되길 바라는 걸까...

내가 그렇게 글을 못 쓰나? 내가 글을 만들기 위해 쓰는 시간이, 고용주 입장에서는 그렇게 가치 없는 시간인가. "예술하지 말고, 마케팅하자"는 말, 이제 그만 듣고 싶어요. 저는 공장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