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9. 19:14ㆍ𝑫𝑨𝑰𝑳𝒀
근로자의 날부터 어린이날/부처님오신날, 대체 공휴일까지 긴 한 주에 연차를 끼얹어서 4월 말부터 엄청 길게 쉬었다. 덕분에 5월 한 주 아주 프리하게 보낼 수 있었지. 먼저 5월 1일에는 오랜만에 보는 로아 친구들과 에버랜드를 가기로 했다. 물론 에버랜드를 갈 때마다 비가 왔던 나의 징크스는 이번에도 빗나가지 않았다. 출발하는 기차 안에서 '천둥번개가 친다'라는 말을 듣고, 에버랜드 티켓을 취소한 뒤 다음 날로 다시 예약했다.
그날은 숙소에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이마트에서 장도 보고, 뭐 해먹으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신나게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는 예상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예뻐서 마음에 쏙 들었다. 인당 10만원 비용으로 거실, 방 3칸, 화장실 2개? 이 정도면 진짜 잘 잡았지. 예상보다 일찍 저녁을 먹기 시작해서 그런지, 비도 조금씩 그쳐가니 해가 엄청 길게 느껴졌다. 한밤중이 되어도 뭔가 술에 취하지 않는 느낌.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사두었던 맥주를 다 마셔서 편의점에 가야 했다. 숙소에서 편의점은 도보 10분 이내로 짤막한 거리였지만 가로등도 없고 오르막길이었다. 이미 칫솔을 안 샀던 놈 때문에 편의점을 한 번 갔다왔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함께 가기로 했다. 바람도 쐴 겸. 근데 거기서 넘어져서 사고가 났다.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로 놀랐던 것 같다. 피가 엄청 많이 쏟아졌고, 세면대에서 피를 뱉어도 계속 피가 흘렀다. 요즘 응급실 부르기가 힘든데 전부 술을 마셔서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일단은 숙소에 구비된 상비약으로 1차 처리를 하고 다음 날 병원으로 출발했다.
네? 입술이 찢어졌다고요. 뭔가 살갗이 덜렁댄다는 느낌은 들었는데 그랬구나. 문제는 치아가 부러진 거였다. 게다가 여기는 거주지와 엄청 먼 용인이라서 통원치료를 하기도 요인한 상황. 일단은 치과를 들러봤는데 입술이 낫기 전까지는 치료가 어렵다는 소견이었다. 그래서 성형외과/피부과를 들러봤는데 비급여라고 해서 무서워서 백스텝함... 택시비 내고 용인 세브란스 병원까지 갔는데 요즘 큰 병원 외래 진료 받으려면 예약이 필수라는 얘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아, 오늘 진료 못 받으면 어떡하지. 집에 가는 기차는 내일이었고, 다른 시간대를 예약할 수도 없었다. 이미 모두 매진이었기 때문에.
다행이 용인 세브란스 병원에서 운이 좋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일단은 입술을 약간 꿰맸다는 진단서를 받았다. 치과 치료는 간단하게 봤지만 나중에 부산에 내려가서 정밀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그날은 먹는 게 좀 불편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입술이 퉁퉁 부어서 요즘 유행하는 통통립이 됐다며(?) 농담을 했다. (긍정걸 칭호+1)
부산에 돌아와서 꿰맨 입술의 실밥을 풀고 치과 진료를 받았다. 일단 크라운이던가 뭔가 해야 해서 치아의 본을 떴다. 다음 주나 되어야 임시 치아가 나온다고 하더라. 와, 진료비 살벌해서 눈물 났다. 이때까지는 어차피 국가배상 신청하면 되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진료가 슬슬 마무리 되었을 때쯤에 용인시청에 전화해서 시설물 관리 소홀로 인한 보상 절차를 문의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답변은 "사유지라 영조보험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당연히 사유지라고 해도 하수구같은 시설물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거니까 상관없을 줄 알았는데, 사유지면 개인 관리 책임이 있기 때문에 영조보험 대상이 아니라고. 헐.
그래서 일단은 진행상황을 좀 봐야 할 것 같다. 등기부등본 떼봤는데 해당 주소지의 소유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서 이것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변호사 상담 예약을 하긴 했는데, 이게 잘 될 수 있을까? 일단 진행상황이 좀 생기는대로 업데이트해놔야지. 이런 것도 기록해두면 언젠가 경험으로 쓸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