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흐려지기 마련
2024. 7. 22. 00:13ㆍ𝑫𝑨𝑰𝑳𝒀
원래 그 길을 지나가면 항상 마음이 이상했다. 걸음걸음이 다 송곳을 밟는 것처럼. 멀리 보면 좋은 추억인데, 막상 걷다 보면 내내 마음이 아팠다. 실수가 잦았던 옛날의 나를 떠올리는 게 싫어서,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괜히 모른 척 이어폰을 고쳐 잡곤 했어. 최근에는 문득 닮은 사람을 마주쳤다. 아마 2년 동안 닮은 향기, 닮은 뒷모습을 발견한 게 벌써 세 번은 됐을 거야. 그때마다 항상 뒤돌아 쫓아가다가 실망하는 게 반복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쫓아가지 않았다. 그대로 흘려보내도 될 것 같았다. 안녕, 좋았던 기억들. 예뻤던 나날들. 찬란했던 이십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