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8. 19:51ㆍ𝑫𝑨𝑰𝑳𝒀
예전에 유죄인간이란 실존하는가?라는 글을 썼었는데, 이 글이 어떤 알고리즘인지 모르겠지만 '실존주의'라는 키워드로 자꾸 트래픽이 잡히길래 본의 아니게 낚시한 기분이 들어서……
그래서 대학교 이후 처음으로 철학을 후루룩 읽고 나서 실존주의에 대해 짧은 단상을 남기기로 했다. 대학교 때 철학은 참 재미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살면서 기억에 남는 건 이 개념인 것 같아.
유죄인간이란 실존하는가?
유죄인간이란 무엇인가?유죄인간의 뜻이 정확하게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큰 뜻을 잡아보자면 '갑자기 설레게 하고 신경 쓰이게 하고 두근거리게 해서 유죄'라는 뜻인 것 같다.
dearmyuniverse.tistory.com
실존주의는 20세기 중반에 유럽에서 발전한 철학과 문학 운동이다.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논지.
인간은 먼저 존재하고, 그 후에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 간다. 세상에는 절대적인 의미나 목적이 없으며, 이러한 부조리 속에서 개인 스스로가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라고 하지만, 실제로 세계가 내포하고 있는 가능성은 무한하며 이 앞에서 인간은 무기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선택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고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자아를 정하기 마련이다.
이 선택의 과정에서 사회적 압력이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실존주의에 대해 설명하면,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영원회귀(Eternal Recurrence)'는 니체의 철학 핵심 개념 중 하나이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우주와 모든 존재는 영원히 반복된다. 즉 현재의 삶이 무한하게 반복된다. 이는 단순히 우주론적인 N회차 인생 이런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만약 우리 삶의 형태가, 역사가 이대로 무한하게 반복된다면 어쨌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따라서 니체는 현재의 삶을 완전히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요구한다. 모든 순간, 심지어 고통까지도 포함하여 삶 전체를 사랑하고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개념은 우리의 모든 선택과 행동에 개인적인 책임이라는 무게감을 부여한다. 이 모든 선택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한순간의 선택도 절대 가벼워서는 안 될 것이기에.
이와 연결되어, 니체는 현재의 자신을 넘어서려는 지속적인 노력(Self-Overcoming)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언제나 두려움이나 약점이라는 한계에 부딪힌다. 유약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자신이 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것은, 결국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니체는 자기 극복을 위해 때로는 자신의 일부를 파괴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기존의 믿음이나 가치관, 습관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과감하게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니체의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넘어서는 존재이며, 이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고통은 성장의 기회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끝없는 자기반성과 단계적 피드백
정리하자면 실존주의에 따라 인간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선택하며,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성질은 태초에 정의되어 있지 않았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애초에 세계는 나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그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은 나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나의 캐치 프레이즈가 'Nothing gonna change my universe. (그 무엇도, 나의 우주를 바꿀 수 없어)' 나는 그 어떤 압력과 흐름에도 온전히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으로 살고 싶으니까.
물론 니체의 말대로 나다운 온전한 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버려야 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 요즘 가장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나를 버리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나'라는 정의가 새롭게 쓰이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 파괴의 현상도 사랑스럽고 애틋하다고 생각해.
짜릿한 해방감 속 만나게 될 모든 날 사랑할 수밖에 없을 테니
- Sugarcoat, KISS OF LIFE (NATTY Solo)
아무튼 오랜만에 기억을 끄집어내느라 내가 대체 무슨 말을 썼는지 모르겠음... 대학교 다닐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F 안 받았겠다 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