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8. 13:14ㆍ𝑫𝑨𝑰𝑳𝒀
버스기사들의 집단 테러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집단을 이루어 그날의 날씨 정보를 조직으로 전송하고, 명령이 떨어지면 버스 선로를 벗어나 추락하는 방식으로 승객들과 함께 동반 자살을 한다. 뉴스에서는 그들의 행위를 경계하고, 범죄 집단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버스 이용을 지양하라고 말했다.
원래 버스를 잘 타지 않는 나였는데, 그날 가야 하는 곳은 마땅한 지하철이 없어 결국 버스를 타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버스를 타면 위험하다는 자각이 크게 없었다. 하지만 버스를 타자, 문득 기사가 계기판을 통해 날씨 정보를 전송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내 목적지까지 이 버스를 타고 갈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한 장치였는지, 사상자가 너무 많아지면 꼬리가 밟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그들은 다수의 승객이 있는 상태에서는 자살기도를 하지 않았다. 1명 내외의 승객이 있을 때만 시도한다. 마지막 한 명으로만 남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중간에 내려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되는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하차입니다'
중간에 내려야겠다고 마음 먹은 위치 한 정거장 앞이었다. 단 세 명의 승객만이 타고 있어 적막이 가득했던 버스 안에 하차벨이 울렸다. 이다음 정거장에서는 단 두 명만이 남게 된다. 나는 다음 정거장에서 무조건 내릴 심산이었다. 뒤를 돌아,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노인 승객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대피가 어려운 노인은 특히 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왔을 것인데, 어째서 어르신이 이 버스에 타고 있었을까. 나는 어르신을 마지막 1명으로 남겨놓지 않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뜸 어르신에게 가서 내리자고 손을 이끌 수도 없을 것이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데리고 내릴 방법도 없다. 결국 어르신이 먼저 하차하신 뒤 나만 혼자 남는 방법뿐인 걸까.
고민하던 중에, 버스 기사가 핸들을 직각으로 꺾었다. 선로를 벗어나 아래로 뛰어내린 순간이었다.
죽는 순간에도 생각보다 의연했던 내가 신기했다. 꿈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도 아니었는데,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앉아있을 수 있었다는 게. 제대로 죽는 것까지 봤다면, 로또 당첨의 꿈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