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마케터가 디자인을 하게 된 날

2024. 5. 24. 05:01𝑫𝑨𝑰𝑳𝒀

단순히 취미의 영역

원래 내가 디자인을 했었냐 하면, 전혀 아니다. 약간의 관심은 있었지만 그보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이 더 즐거웠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을 좋아했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그냥 취미라는 거다. 이걸 당시 롤 커뮤니티 중 하나였던 op.gg에 올려서 좋은 반응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아마 디자인을 잘했다기 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생각만 했던 2차 창작 요소를 활용해서 구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게임에서 밈이 되었던 것들을 적절하게 활용했던 것도 있을 거고.

그래도 만들어둔 게 약간은 아쉽기도 하고(?) 쓸 게 너무 없어서 사회초년생 포트폴리오에 첨부하면서 이정도 역량은 있다~ 보여주기만 했었다.

아, 이거 이전에는 대학교 시절 연극을 할 때 포스터와 티켓, 브로셔를 직접 만들었던 경험도 있었다! 사실 지금 보면 되게 난잡하고 못났는데, 그전에 우리 과에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티켓을 보고 사람들이 엄청 신기해 했었지.

무튼 그래서 나는 디자인을 잘하는 것도, 배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거의 초짜의 레벨이라는 거다. 지금 보면 솔직히 간격부터 가이드 하나도 안 맞는 거 약간 킹받을 정도 (...)

 

일에 처음 접목했던 것은 2011년

티몬에서 근무하던 당시에 이런 것들을 많이 했었다. 대체로, 그때는 근무 시간이 엄청 널널했고 할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거에 시간을 썼던 거다. 그리고 디자이너와 가장 가까이서 근무했었기 때문에, 그녀들이 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면서 조금씩 배워가곤 했었지. (사실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해서 PSD를 뜯어다 분석해본 적도 있었다. 물론 초보인 내가 그 기술을 이해할 리가 없었지만.)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브랜딩에 참여하게 되어서, 그때 디자인 가이드를 처음 만들어봤다. 잘 만들지는 못했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담아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해당 프로젝트가 홀딩되고 나는 퇴사를 하게 되면서, 그 가이드가 실제로 활용되는 것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유튜브 썸네일 만들기

다음 직장에서는 유튜브 썸네일을 만들 때 포토샵을 쓰는 게 조금씩 도움이 됐다. 대부분 눈대중으로 이미지를 편집하던 그때보다는 조금 더 세련된 방식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가이드도 직접 만들고, 작업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드렸던 기억이 난다. 근데 사실 해당 회사에서 만들었던 유튜브 썸네일은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그다지 즐거웠던 기억은 아니었다.

그때 만들었던 유튜브 썸네일은 아니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잠깐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에서도 비슷한 스타일을 적용했다. (배운 게 그거라서...)

 

어쩌다보니 0.5 0.3 디자이너

한 잡지의 트래픽 전환용 광고 소재 만들기

최근에 한 잡지의 광고 소재로 사용할 이미지를 만들라는 요청을 받아 제작을 하게 되었다. 언제나 사랑 받는 심플하고 잔잔한 무드의 이미지로. 게다가 재즈의 산 역사를 표현하는 만큼, 흑백 사진이 아주 잘 어울리는 이미지로 제작하면 될 것 같았다.

사실 내 디자인의 뽕에 굉장히 취해있었는데, 역시 이미지 편집을 업으로 하시는 디자이너님들이 많은 곳이라 피드백도 살벌했다(...) 만들 때는 엄청 멋있고 깔끔하고 이뻐 보였는데 고객사에서 회신 온 이미지 가이드를 적용해보니 너무 대충 만든 것 같고 규격도 안 맞고 하여간 총체적 난국이었음... (엄청 오래 걸렸는데 약간 허무하기도 했다 ToT)

곧 온에어될 광고 소재라 전체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략 이런 이미지를 사용해서 작업했다.

사실 이번에야말로 Dall·E를 적극적으로 사용해볼 기회라고 생각했으나, 아직 내 실력이 미숙한 관계로 생성형 이미지로 제작한 시안은 모두 다 짤려버려서(...) 결국 그냥 Gettyimage에서 적절한 이미지를 찾아서 편집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예를 들어, 이미지의 분위기는 그대로 살리되 텍스트를 쓸 여백을 만든다거나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편집하는 정도.

웹사이트 리뉴얼 계획하기

최근 웹사이트 리뉴얼을 기획하게 되면서 덩달아 나도 바빠졌다. 레퍼런스 수집도 하고, 전체적으로 웹사이트에 들어가게 될 카피를 입력하고 기획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최근에 디자이너 친구가 마케팅까지 하게 된 걸 보고 "야, 너까지 마케팅하면 나 조만간 실직자인데?"라고 했던 게 엊그제인데, 나도 이런 걸 하게 되는군...

 

언제 한 번 사용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와이어프레임 툴인 Miro를 사용해서 기획안을 구성해 보았다. 이것도 조만간 온에어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1차 검수 과정에서 드롭된 부분만 공개.

근데 꽤 재밌었다. 어쩌면 디자인이 꽤 적성에 맞는 일일지도?! 제대로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는데, 이것까지 하게 되면 내 일이 얼마나 늘어날까 싶어서 고민이 된다. 그리고 사실, 내가 이런 쪽으로 감각 없고 그냥 센스 호소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어려운 도전일지도...

 

 

 

그래서 소감은요

디자이너의 노고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번 작업은 대부분 카피를 쓰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디자인을 엄청 열심히 했다! 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텍스트의 위치나 색상 하나 하나, 폰트 등등 고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근데 이번에 너무 잘해서(?) 대표님이 또 시키시면 어떡하지? 아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