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대한 염증

2024. 12. 11. 02:26𝑫𝑨𝑰𝑳𝒀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 나의 행동을 점검하게 된다. 내가 뭘 잘못했던 걸까, 평소에 내 행동이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비쳤던 걸까. 이걸 나이가 들어서 신중해진 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소심해진 거라고 생각해야 할까. 곁을 내준 사람이 늘어날수록 상처받는 일이 더 많아진다고 생각했다. 이걸 좋은 사람을 얻은 등가교환으로 쳐야 할까.

종종 나는 사람들에게 무감하고 쿨한 사람으로 보이길 바란다. 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방어기제를 갖고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운 사람인 게 아닐까. 실은 엄청 예민한 사람이라던가. 누군가의 말을 곱씹으며 마음 아파하던 밤이 늘어나면, 두 가지 방향으로 마음이 갈라선다. (지극히 내 위주로) 좋은 방향이면 아예 그 사람을 내 인생에서 내보내거나, 나쁜 방향이면 잊을 때까지 인내하거나. 전자의 경우 문제는 쉽고 빠르게 해결되지만 언제나 좋은 결말만 낳지는 않았고, 후자의 경우 좋은 방향으로 갈 순 있지만 오랜 기간, 아주 오래 내 마음이 좋지 못했다.

왜 사람들은 허물없는 사이가 되면 무례해지는 걸까. 문득 몇 년 전에 친구이길 그만뒀던, 아주 오랜 친구에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던 그 애가 떠올랐다. 그 애에게 나 역시 가까운 사이의 가해자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그 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걔가 나에게 무례한 것만 기억에 남아서.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었던 셈이다. 그 애는 안 맞는다는 이유로 소중했던 인연을 내 인생에서 내보낸 실수 중 첫 번째였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인내할 것인가, 아니라면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