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도는 결국 이뤄지지 않네요

2024. 9. 23. 20:45𝑫𝑨𝑰𝑳𝒀

어떻게든 첫사랑과 길에서 마주치게 해달라거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하길 바란다던가 그런 기도는 지나치셨더라도 괜찮았어요. 그건 뭐, 신이 중매쟁이도 아니고 해 줄 수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본업이 생과 사를 관장하는 일이라면, 최소한 그 기도는 들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결국, 제가 바랐던 일들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무언가의 요행을 바랄 것이고, 온 생애를 통틀어 한 번의 우연을 기대하면서 살아가겠죠.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셈이어도 좋으니까, 뭔가 한 번이라도 제가 바라는 일이 이뤄지게 해 주세요. 그럼 저는 그걸, 당신의 안배이자 나의 운명이라 생각하면서 영원히 감사하며 살 수 있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