𝙰𝚗𝚍 𝚓𝚞𝚕𝚢

2024. 8. 1. 01:31𝑫𝑨𝑰𝑳𝒀

7월을 마무리하며 ─ 6월이 지나갈 때까지만 해도 2024년이 지나감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올해도 반이 지나갔구나, 쯧. 이런 정도의 생각이었다. 7월의 첫째 날, 아직도 기억이 나. 묘한 불안감과 조급함을 가지고 있었던 그때. 신발이 흠뻑 젖었는데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길을 서성였던 그 주말. 영화를 봤고,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망설이다 집으로 들어갔던 여름 장마.

기상청은 한 달 내내 장마를 예고했지만 며칠 내내 한 움큼의 빗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찌뿌둥하고 습한 계절이 이어졌다. 이상하게 내 마음은 자꾸 드라이해졌는데. 조용한 휴대폰이 익숙해지고,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고, 정신없는 하루가 반복되고. 내 여름은 또 엇비슷하게 지루한 계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났구나. 아마 내 8월이 드라마틱하게 다르지는 않을 거야. 같은 일을 하고 있고, 비슷한 일과를 보내고, 일정한 온도로 흘러가겠지. 그 빗속에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던 때와 비교하자면, 지금은, 미적지근한 말에 상처를 받지 않게 됐다는 차이일까. 내 여름이 온통 그 애로 기억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물론, 그 애 이상으로 내 여름을 물든 '파란색'이 위태롭지 않은 것도 아니겠으나. 알고 있을까? 보라색은 위험한 색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