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절반을 정리하면서

2025. 6. 27. 05:54𝑫𝑨𝑰𝑳𝒀

 


가끔 내가 가장 싫어했던 사람처럼 구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면 여지없이 스스로를 환멸하고 말아. 너무 쉽게 나를 매도하고, 비난하게 돼요. 나는 그때, 관계를 독식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끔찍하게 싫었어요.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데, 변해버린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들을 비웃었죠.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보건대, 사실 그런 마음 또한 나의 우월감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특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특별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나도 특별하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나 봐. 그것 또한 나의 오만함인데, 그때는 몰랐어. 그저 가련한 타산지석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나는 속으로 '이겼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시간이 지나서, 이제 와서 늦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다고 하면 그들도 나를 비웃을까. 여전히 주제를 모른다고 비아냥댈까. 어떨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분명한 건 이런 관계는 흐르는 대로 갈 수밖에 없어. 이어진다면 이어지는 거고, 아니라면 시절 인연으로 추억에 남길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거야. 세월이 흐르면서 잊게 되어도 마음 깊은 곳에서, 언젠가 아무렇게나 말해도 웃어주고 되는대로 헛소리를 할 수 있는 사이가 있었다고 추억할 거예요. 언젠가  "그런 친구가 있었어?"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름이나 생김새가 떠오르진 않더라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관계가 있었다고 대답할게요.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세계는 두렵고 무섭지만, 그래도 나아가야 하니까.

그러니,
훨훨,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