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5. 02:10ㆍ𝑫𝑨𝑰𝑳𝒀
내 글들은 그때의 기분, 감정, 상황으로 만들어졌다.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썼던 글은 종교적으로 금지된 사랑을 하면서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개인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교회를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언제나 모든 생이 신으로 귀결되는 그들을 보면서, 과연 신의 가르침과 반대되는 것을 원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런 걸 쓰고 친척들에게 보여주면서 자랑했던 게 좀 머쓱하긴 했지만.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썼던 장편 소설은 휴대폰으로 연결된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과 매일 희미해지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일상을 기록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마음 편히 잊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나는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 부모님과 자주 만나는 친구들의 번호를 모두 외우고 있었지만, 휴대폰이 생기자마자 이젠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모든 기술의 발전은 사실 퇴화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분간 사랑 이야기는 아주 아주 질 나쁜 것들만 다뤘었다. 범죄라던가 그릇된 욕정이라던가 그런 모습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스무 살 때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학회 선배의 질문에 아주 명랑하게 대답했었는데. 그런 쾌활한 애가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딥 다크한 사랑과 감정만 내내 표현했더란다.
요즘 내 글은 어떨까. 지금의 내가 다시 글을 쓴다면, 거기에도 사랑은 있을까. 마음의 실타래를 가지고 글을 만든다고 하면, 그 결과물에는 사람들이 아는 애틋함같은 감정이 있을까. 뮤즈로부터의 영감으로 쓰이는 '일생일대의 역작'은, 아직 찾아오기엔 멀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