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0. 01:07ㆍ𝑫𝑨𝑰𝑳𝒀
해가 갈수록 사랑이라는 게 어색하고 어렵다. 있어보이는 척,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게. 어설프게나마 사랑을 잘 아는 척하기도 해 보고, 말도 안 되게 사랑을 모르는 척도 해봤다. 그러면서 내가 얻은 결론은, 그래봤자 정답은 정해져 있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런 IF는 불필요하다. 아마 시간을 백 번, 천 번 돌려도 우리가 이어지게 될 세계선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밤마다 열어주는 창문이, 내게만 허락된 비밀인 줄 알았던 날도 있었다. 몸에 해로워도 기어이 삼켜서 꿈 속에서까지 중독되었던 순간도 있었다. 이만큼의 달콤함이면 된다고 했던 내가, 과한 욕심을 부린 순간부터 환각은 부서졌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늦은 새벽까지 대화하지 않는다. 열린 창문으로 금단의 언어를 속삭이지도 않는다. 지워진 채팅창처럼,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 당신에 대한 마지막 정의를 내리려고 한다. 이건 지금껏 미루고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 밀린 방학숙제를 하는 학창 시절처럼, 이 순간이 되어서야 마지막 단어로 부르기로 했다. 당신은 우리 사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말자고 했지만, 내겐 필요한 일이었다.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제대로 정해야 했거든. 이 관계에 대해 이름을 정했으면, 이제는 선을 긋고, 단단한 벽을 세운다. 물 한 방울 받지 못해 메말랐던 땅을 갈고 벽돌을 쌓는 내내,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그리고 나를 보는 당신은 어떤 마음일까. 사실 이제는 알고 싶지도 않다고 하면 내 말을 믿을까.
지나가서 이불 찰 헛소리는 가급적 일기에 쓰지 말라고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런 글도 더 이상 안 쓰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니까, 더욱더 일기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나고 나면 희미해질 사람이긴 하나, 내 모든 삶의 조각이 언젠가 다 나의 글이 될 거니까. 이런 마음도 언젠가 얻고 싶어도 갖지 못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