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6. 22:49ㆍ𝑫𝑨𝑰𝑳𝒀

휴가차 올라온 서울에서 마지막 일정은 서울아트뮤지엄에서 진행하고 있는 <새벽부터 황혼까지(From dawn to dusk)>
지금 로아 길드 이름이 <새벽과 아침사이>인데, 그렇게 지은 이유는 제일 좋아하는 시간대라서. 이 전시회는 작가들의 캔버스에 빛이 떠오르기 시작한 시기부터, 그들의 생활과 안온한 하루를 묘사하는 화풍의 변화를 새벽, 정오, 저녁, 황혼으로 나누어 표현한다.
실내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유행을 벗어나, 작가들은 밖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걸 외광 미술이라고 한댔던가. 단조롭게 사물을 묘사하고 그 안에 뜻을 담았던 과거의 미술사조에서 벗어나, 화가들은 밖에서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림 속에는 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태양볕이나 심해의 깊음이 서로 다른 색으로 그려지기 시작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오를 넘어, 인물에 중점을 두고 그들의 생활과 가족을 묘사한 구간이었다. 도슨트는 "이 방 안에는 그들의 가족과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방 밖의 여성은 누구일까요? 네, 화가가 사랑했었던 여성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를 낳고, 가족이 되어주었던 그녀는 방 안에 있다. 방 밖에는 과거가 있다. 방 밖의 그녀가 그가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는 데에 일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그녀는 방 밖의 여자로 기억될 것이다.

칼 라르손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케아의 뮤즈로 알려져 있다. 심플하지만 조화롭고, 단단한 모습으로 집과 가족을 그려왔다. 그건 내가 잘 아는 사람의 성품과 가족을 닮았다. 과장 하나 없이 서로를 위해왔으며, 아마 영원히 그리 될 것이다. 방 밖의 여자는 감히 탐낼 수도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따스한 모습.
전시회가 끝난 뒤에는 산책로에서 잡다한 이야기를 하며 여름밤의 습도를 만끽했다. 땅 밑에서 울리는 것처럼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사실 화단 조경의 돌이 스피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매우 충격적이었다) 약 1시간 동안 산책 후 맥주를 마셨다. 이 더운 날에 생맥주가 가져다주는 감동이란.
오늘로 서울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서울에서 보내는 시간은, 느슨하고 게을러진 나에게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출장 올 때마다 느끼는 바로는 그렇다. 이번 휴가도 정성껏 자기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돌아간 뒤에 나도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원하진 않더라도 단단하게, 완벽하진 않더라도 치열하게 살아야지.